아래와 같이, 선원법의 제정 목적을 보면 선원을 위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선원의 직무, 복무, 근로조건의 기준, 직업안정, 복지 및 교육훈련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선내(船內) 질서를 유지하고,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ㆍ향상시키며 선원의 자질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선원법을 좀 다뤄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선원법은 선원을 위한 법이 아닌 선주를 위한 선주법이라고 부릅니다.
목적에 나와있는 복지나 생활의 보장, 자질 향상은 옛말이고 지금은 선내 질서를 유지하는 법으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선원법은 선원들의 근무 조건을 규정합니다. 하루에 몇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명령을 하죠.
아니? 강제로 근무를 명한다고요? 21세기에?
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제6조(지휘명령권) 선장은 해원을 지휘ㆍ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제60조(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①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으로 한다. 다만, 선박소유자와 선원 간에 합의하여 1주간 16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이하 “시간외근로”라 한다)할 수 있다.
② 선박소유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항해당직근무를 하는 선원에게 1주간에 16시간의 범위에서, 그 밖의 선원에게는 1주간에 4시간의 범위에서 시간외근로를 명할 수 있다.
선원법에 따라서 선주의 대리인인 선장이 선원에게 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근무시간의 배치도 조문에 따라서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항해사의 경우, 하루에 당직을 4시간씩 2번 들어가며 휴일 없이 근무합니다. 그러면 계산 해볼까요?
일 8시간, 주 56시간 근무하게 됩니다.
선원법 제60조는 일 8시간, 주 40시간을 이야기하는데 휴일 없이 돌아가야하니 추가 16시간의 근무를 더 해야하기에 제60조 단서조항으로 "다만, 선박소유자와 선원 간에 합의하여 1주간 16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이하 “시간외근로”라 한다)할 수 있다."로 더 근무하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즉, "항해사들 휴일 없이 근무하는 이부분 동의하지 않으면 배 타지마"를 법이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아직 충격먹기엔 이릅니다.
자~ 항해사들의 당직 외 시간에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이 있죠? 그걸 시키려고 보니 근로의 명령을 또 멋지게 보장해주기 위해서 "② 선박소유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항해당직근무를 하는 선원에게 1주간에 16시간의 범위에서, 그 밖의 선원에게는 1주간에 4시간의 범위에서 시간외근로를 명할 수 있다." 선원법 제60조 2항에서 추가 근로를 명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도대체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 거에요? 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항해사의 경우, 하루 당직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하기 나름이지만 하루에 1시간씩 추가 근무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일 9시간 × 30일 = 270시간입니다.
와우! 육상근로자들은 주4.5일 근무를 이야기할 때, 선박에서는 휴일 없이 270시간을 일해야한다니 너무 하다 싶습니다.
그러면 시간외수당이 현실적이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시간외수당이라 함은 시간외근로한 시간만큼 계산해서 수당을 지급해야하는데 선주는 선장과 선원들이 과하게 작성할 수 있으니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원법에서 말하는 근로시간, 시간외근로시간을 퉁쳐서 한번에 월급 형태로 지급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월 시간외근로를 얼마나 할 지를 계약서상에 약정을 하고 승선하게 됩니다.
1. 주 16시간 + 주 추가 16시간 = 주 32시간
-. 월 환산 시간외근로시간 : 약 140시간
2. 주 16시간 + 주 추가 8시간 = 주 24시간
-. 월 환산 시간외근로시간 : 약 104시간
3. 주 16시간 + 주 추가 4시간 = 주 20시간
-. 월 환산 시간외근로시간 : 약 87시간
그래서 외항상선에 승선하시는 선원들의 계약서상에 이러한 약정 시간들중에 하나로 적혀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또 재밌는 사항이 있습니다.
주 4시간 근무하는 시간외근로를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대신하여 유급휴가 1일을 부여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뜻보기엔 좋아보이는데 이 변천사를 보면 결코 좋은게 아닙니다.
육상근로자들이 근기법에 따라 주6일 근무에서 주5일을 실시할 때, 급여는 그대로지만 휴일이 법으로 월4일이 늘어났지만 우리 선원들은 어차피 배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없으니 대충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원법상 유급휴가 월 6일, 시간외근로에 갈음하여 1일을 주면서 월 7일을 부여하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계산해보면 월 17시간 정도 일했던 시간을 1일의 휴가로 퉁치는 것도 잘못되었습니다.
왜냐고요?
우리 하루 8시간 근무를 쉬는게 1일의 휴가이기에 17시간에 대한 유급휴가는 적어도 2일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여러모로 선원법은 굉장히 선원들에게 악법이고 선주를 위한 법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거 같습니다.
물론 선원법이 좋은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조금은 고민해야하는 것은 매력화된 선원직업이 되어도 배를 탈까말까 하는데 지금의 법 테두리안에서는 발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원법이 개정되어 선원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승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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