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카라고 하면은 우리나라 말로 닻입니다.
잠시 대기할 때나 조금 오래 대기할 때, 해저속에 닻을 내려서 선박을 고정시키지요. 물론 완벽한 고정은 아닙니다. 앵카를 중심으로 열심히 떠다닙니다.
그러면 이 앵카를 어떻게 놓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선박의 흘수 대비 수심이 적당한 곳을 찾습니다. 찾으면서 수심이 적당한지 볼려면 고려해야할 사항은 앵카 놓을 위치의 조석 간만의 차를 봐야겠지요.

우리나라 서해처럼 조석 간만의 차가 너무 크면 앵카놓을 위치에서 충분한 수심이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현직 선장님들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볼까요?
어떤 선장님은 선박 흘수의 2배 정도의 수심이 적당하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선장님은 3배를 보기도 하는데 선장님마다 다른 거 같습니다.

그러면 깊은 곳에 안전하게 놓으면 안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쉽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이런 커다란 앵카를 놓기 전에 한번 더 고려해야할 사항은 앵카를 놓고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윈드라스(양묘기)의 힘이 감당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합니다.
그 힘을 보통 리프팅 파워라고 합니다. 한국말로 들어올리는 힘이겠죠.
이런 리프팅 파워는 보통 앵카 무게 + 앵카 5샤클의 무게 정도로 설정이 됩니다. 메이커마다 다르겠지만 메뉴얼 보고 계산해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러면 1샤클이 27.5미터이니깐 5샤클이면 대충 137.5미터 정도의 수심까지는 수직으로 들어올릴 수 있겠죠?

앵카랑 앵카샤클이 많이 나가버리고 수직으로 한번에 끌어올리는 무게가 리프팅 파워보다 무거우면 못 끌어올리는 거죠. 그래서 적당한 수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떤 선장님은 대양에서 실수로 앵카가 나가버렸는데 그걸 끌어올리지 못해서 육지까지 질질 끌고와서 올릴 수 있는 수심에서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수심이 고려되었으면 다음은 해저 저질을 확인해야합니다. Mud와 Sand의 파주력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저질을 확인해야만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겠죠.
해저 저질이 확인되었으면 주변에 앵카 놓는 선박하고의 거리를 확인해야됩니다. 물론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해도나 전자해도를 보고 앵커리지(묘박지)를 찾아야겠죠. 아무데나 놔서는 안됩니다. 타국의 영해를 침범할 수도 있고 해저케이블에 놓을 수도 있으니 항상 안전한 곳을 찾아다녀야합니다.
다음은 앵카를 놓으러 천천히 들어갑니다. 앵카 놓을 때의 선속은 보통 대수속력을 기준으로 0을 만든 다음에 후진을 걸어서 뒤로 가면서 놓는 후진 투묘가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대수속력을 기준으로 하는 건 아무래도 앵카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 듯 합니다. 대지속력으로 하면 조류가 있을 시에 앵카가 내려가면서 물이 어디론가 흐르는데 같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카를 놓으러 가면서 '폭슬 스테이션 스탠바이'를 하고 일항사가 선수에 대기를 하면서 선장의 명령에 따라 앵카를 준비합니다.
앵카는 보통 Walk Out(워크아웃) 천천히 수면상까지 내립니다. 그래서 수면에서 달랑말랑 하는 형태를 Cock bill(코크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양묘기의 기어를 빼고 Drop anchor(드랍 앵카) 준비를 합니다. 그래야 자유낙하식으로 앵카가 해저까지 쭈욱 갑니다.
여기서 그냥 양묘기로 천천히 앵카를 놓는다면 그것을 우리는 Walk back 투묘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Walk out은 잠깐 내보낼 때고 Wall back은 천천히 해저까지 쭈욱 내보내는 투묘법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구분해서 쓰지는 않습니다.
앵카가 너무 빨리 나가지 않도록 적당히 중간에 한번씩 브레이크를 잡아주고 선장의 지휘에 따라 앵카 샤클을 내어주면 끝난답니다.
그리고 나서 앵카가 잘 박혔다고 생각이 들면 폭슬에서는 'Brought up anchor, Sir' 보고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앵카가 해저에 잘 박히게 되고 앵카의 무게와 앵커 샤클이 해저에 콕 박혀서 만들어내는 파주력으로 배가 떠내려가지 않고 버틴답니다.
앵카만 놓는게 아니라구요 ;)
그러면 브릿지에서는 뭘 할까요?
앵카가 끌리는지 안끌리는지 보기 위해 앵카서클을 그려야겠죠?
방법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샤클 길이 + 선박의 전장으로 계산해서 보거나 샤클길이 + GPS 위치까지로 계산해서 보는데 ECDIS에는 선박의 기본 정보가 들어가 있으므로 계속 확대하다보면 선박의 크기 모형이 나옵니다. 그래서 보통 ECDIS에는 샤클길이 + 전장을 넣는다는 점 잊지 마세요!
샤클길이를 넣는 이유는 무게로 처지고 이런 거 고려하지 않은 마진입니다.
초보항해사들께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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